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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진장원의 남북고속철도 이야기 2]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유라시아대륙 각국의 움직임 2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푸틴 대통령의 극동정책과 밀접한 연관성을 띄고 발전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제1기(2000~2008) 취임 직후 2001년 블라가베셴스크(Blagoveschensk) 연설에서 러시아 경제정책의 향후 방향은 동쪽(동방)이라고 선언했고, 그 이후 러시아의 전체 고정자본 투자에서 극동바이칼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신동방정책은 푸틴 대통령이 제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해인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APEC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극동개발부(현재는 극동·북극개발부)를 설립하면서부터 시작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 후 2015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경제특구(선도개발구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를 지정했고, 동방경제포럼을 창설해서 지금까지 매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하고 있다. 동방경제포럼은 ‘중국활용론’으로 대표되는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와 극동의 글로벌화를 위한 대표적인 협력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신동방정책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의 대립과 경제제재에 따른 경기침체 및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이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이동함에 따른 대외 환경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데서 출발했다. 두 번째는 많은 지하자원과 가스가 매장되어 있으나 희박한 인구밀도를 갖고 있어 서부러시아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낙후된 극동·시베리아지역의 발전을 가속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2016년에는 극동헥타르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러시아 국민이면 누구든지 신청만 하면 극동지역의 땅을 1인당 1헥타르씩 무상으로 배분해주고 정착금도 보조해주는 제도이다. 1헥타르면 10,000㎡(3,025PY)이니 땅덩이 넓은 나라의 국민이 부러울 뿐이다. 

우연이지만 우리 정부가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과 화해하고 대륙으로의 연결을 도모하기 시작한 2000년 615 공동선언과 푸틴 대통령의 집권 시기가 궤를 같이 하고 있어 러시아와는 뭔가 궁합이 맞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현재까지는 우리를 둘러싼 4대 강국 중에서 남북철도 연결에 가장 열심을 내는 나라가 러시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는 ‘사할린 2’라는 러시아 석유 개발 역사상 최초의 LNG 사업을 실시하여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사할린에서 나오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해놓고 이것을 북한을 통해 한국, 일본까지 수출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관련국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프로젝트로 북한의 영토 개방이 필수적이다. 또한 가스파이프 라인 매립 공사를 독립적으로 실시하는 것보다는 철도나 도로같은 교통인프라를 공사할 때 함께 해주면 비용이 훨씬 절약될 수 있으므로 러시아는 북한 철도 건설에 참여하고 싶은 의욕이 클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신동방정책은 차츰 결실을 맺어 대극동 외국인 누적 투자규모는 2015년 415.5억 달러에서 644.2억 달러로 대폭 증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13년 러시아 경제개발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2~30년 동안 극동연방관구는 다른 연방관구와 비교해서 발전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기간 극동지역의 GRDP는 2.47배 증가할 것이며, 2030년경에 극동연방관구는 총 러시아 GRDP의 6.2%(2000년대 중반 4.5%)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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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가스 공급망 설치 현황 및 계획

그림 출처: 박정호 등, 푸틴과 러시아 극동개발 20년: 한-러 극동 협력 심화를 위한 신방향 모색, KIEP, p.117, 2019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2019년부터는 그동안의 개발기조와 다르게 블라디보스토크에 집중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측면이다. 이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극동지역의 중심지로 육성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거점을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미 극동연방관구의 행정수도를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전했고, 루스키섬에 스마트시티를 조성 중이다. 또한 극동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스타트업 빌리지를 건설하고 자유항 정책을 확대함으로서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국의 동북 3성과 북한, 몽골의 유라시아내륙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보여진다. 

유라시아대륙의 경영을 위해 러시아는 기존의 서부권에서 동방으로 개발축을 옮기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조그마한 군항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가 유라시아의 주요 물류망인 러시아 극동 항만들과 시베리아 횡단열차(TSR)의 기점이자 종점이며, 게다가 날로 그 의미가 확대되고 있는 북극항로의 시작점이기도 한 것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거나 미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세력과 러시아·중국 주도의 대륙 세력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다시 각축을 벌이기 시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