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Community

철도 이야기
home >커뮤니티>철도 이야기
[양기대·진장원의 남북고속철도 이야기 6] 한일 해저터널 유감(한일 해저터널 약인가? 독인가?)

양기대·진장원의 남북중 국제고속철도 이야기 : 유라시아댜륙 각국의 움직임 6


한일 해저터널 유감

(한일 해저터널 약인가? 독인가?)


 지난 2월 1일 국민의 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 지지와 함께 한일 해저터널을 검토하겠다고 운을 띄워 정치권은 호떡집에 불난 격으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KBS, 연합뉴스, YTN 등 보도) 따라서 이번에는 앞에서 약속드린대로 한일 해저터널 건설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나누고자 한다. 부제목을 ‘한일 해저터널 약인가? 독인가?’라는 제목으로 잡았다. 그 이유는 약이라는 것은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기 때문에 한일 해저터널이 우리나라에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말씀드리고자 한다. 

한일 해저터널 얘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한반도와 만주 수탈을 본격화 하던 1930년대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하면서 제기되었다. 사실 말이 좋아서 대동아공영권이지 한일 해저터널의 키워드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식민지 수탈의 효율화’이고, 두 번째는 ‘일본의 대륙침략 수단(병력과 병참 수송 등) 원활화’였다. 식민지 수탈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철도를 더 효과적으로 운행하기 위해 시속 200km 정도의 탄환열차와 함께 검토되었다. 이 탄환열차는 훗날 신간선의 원형이 되었다. 1938년부터 1941년까지 일제는 조선해협터널이라는 이름으로 1노선은 모지항~후쿠오카~이키섬~쓰시마섬~부산, 2노선은 모지항~후쿠오카~이키섬~거제도~마산(당시 일본의 군항)으로 검토를 한 바 있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1344_72.png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1351_46.png

좌·우 그림 출처: 穿越海峽,直到中國!1939年日本就有了時速210公里的高鐵計劃 - 每日頭條 (kknews.cc)시모노세키에서 거제도까지 해저터널로, 다시 시모노세키에서 상하이 근처까지 선박으로 연결하는 대동아공영권 구상


 하지만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패망한 후 한일 해저터널에 관한 얘기는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한일 해저터널에 관한 얘기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경제적 차원의 필요성에서가 아니라 통일교의 교주였던 문선명 총재(작고)의 개인적인 비전에서 비롯했다. 당시 문선명 총재는 전세계를 자동차로 연결하는 ‘국제하이웨이’라는 구상을 발표했고 이것을 백업하기 위해 일본에 일한터널연구회가 만들어져 1983년 세 가지 노선 대안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 후 정치권에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한일 해저터널 얘기를 꺼내 놓았다. 통일교 측에서는 실제로 이 사업에 엄청난 열의를 갖고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보이는 국제하이웨이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현재까지 거의 2,000~3,000억 원 정도를 투입해서 한일 해저터널의 타당성을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큐슈의 나고야(名護屋)라는 지역에서 1986년 11월 10일 지하 540미터 지점까지 사갱(비스듬한 갱도로 사전조사용) 굴착을 해서 토질조사, 적절한 노선을 찾았던 것으로 발표했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1451_95.png 

일본 나고야(명호옥)에서 조사했던 사갱(경사를 가진 터널) 

출처:http://news21.2ch.net/test/read.cgi/news4plus/1178711273/


 이들이 제시한 안은 A, B, C 세 가지 대안이다. 각각은 장단점을 갖고 있는데 이 구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대단층대가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A안은 쓰시마에서 거제도를 거쳐 마산으로 연결되는 안으로 대단층을 우회하고 총연장도 가장 짧지만 해저구간이 가장 긴 것이 단점이다. B안은 쓰시마를 횡단하다 거제로 연결되는 안으로 총연장, 해저거리 모두 세 안중에 중간이며 대단층을 통과한다. C안은 해저거리도 가장 짧고 노선이 비교적 직선으로 주행성은 양호하지만 노선이 가장 길고 대단층을 통과하는 것이 단점이다. 추정된 건설비용은 한 개의 주행터널과 한 개의 서비스터널을 공사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7조원(1999년 기준)이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채널터널(영불해저터널)과 같이 본 터널 2본, 서비스 터널 1본을 건설할 경우에는 약 212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므로 만약 대략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가 부담해야 할 건설비용은 약 106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다음에서는 한일 해저터널의 주요 쟁점을 생각해보자.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1707_54.png
출처: 경인종합일보 (jonghapnews.com) 2019년 6월 3일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1712_86.png

한일 해저터널 대안비교

출처: 일한터널연구회 팜플렛


1. 한일 해저터널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경제성 

지금까지 논의된 해저터널은 고속철도용이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해저터널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1905_54.png 

한일 해저터널 연결시 도시간 거리

출처: 구글 지도에 저자 가필


1) 남·북·중·일 간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


한일 해저터널이 만들어진다면 한국과 일본 간의 시간적 거리를 상당히 좁혀줄 것이고 그에 따른 사회문화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일간 직통 고속철도가 만들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오사카까지 1,322km로 시속 300km급으로 4시간 반 정도 거리이다. 서울에서 도쿄까지는 약 1,900km이므로 타고 다니기에는 다소 조금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도쿄를 기준으로 하면 부산까지 1,462km로 약 5시간 거리이다. 따라서 아래 그림과 같은 동심활동반경이 형성될 수 있다. 여기에 남북중 국제고속철도까지 완성되어 있다면 한반도는 글자그대로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개지 내지는 중간거점 역할로 톡톡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1974_46.png
한일 해저터널 연결시 직통 고속철도 5시간 이내 영향권
출처: 구글 지도에 저자 가필

2)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이 만들어지면 교류가 활발해지고 관광객도 증가될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이다. 다만 문제는 우리가 부담해야 할 10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이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무한정 돈을 갖고 있어서 전국 각지에서 원하는 숙원사업을 모두 해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문제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다는데 있다. 그래서 재정사업을 논의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개념이다. 기회비용이란 쉽게 얘기해서 우리 정부가 한일 해저터널에 투자해야 할 돈 106조 원을 한일 해저터널이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에 썼을 때 얻어지는 편익하고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이득이 될까 고민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만일 106조 원이라는 돈을 남북한 다른 곳에 투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속철도만 놓고 봤을 때 남북중 국제고속철도 390km에 약 13~15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106조 원이면 남북중 국제고속철도 7~8.1개를 건설할 수 있는데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림처럼 남북중 국제고속철도 노선을 포함해서 강릉~부산(동해선), 광주~부산(경전선), 익산~여수(전라선), 서울~금강산~원산선, 강릉~블라디보스토크, 평양~원산 등 남북한 웬만한 곳에는 고속철도로 도배할 수 있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 그림을 보면 독자 여러분은 금방 106조 원의 한일 해저터널이 갖고 있는 기회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금방 감이 잡히시리라 생각된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2017_6.png
106조원으로 건설할 수 있는 완성된 한반도 고속철도망
(적색 라인 모두를 최고속도 350km급으로 건설할 수 있다.)

3) 한반도 고속철도망에 있어서 전략적 우선순위

 그럼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106조 원이라는 돈은 이렇게 아주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는 돈인데 이걸 다 제쳐놓고 우선 한일 해저터널을 놓아야 할 정도로 해저터널이 시급한 사업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회사합병 원리를 아시는가? 회사끼리 합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각 회사는 합병 시 자기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몸집을 불리고 회사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한다. 즉, 동북아고속철도망에 있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한과 북한, 중국 사이에 고속철도를 연결하여 한반도 철도망의 가치를 높여놓아야 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한일 해저터널의 칼자루는 우리가 잡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아무리 남북중 국제고속철도를 연결하고 싶어도 북한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듯, 한일 해저터널도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본이 아무리 원해도 진행시킬 수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먼저 남북중 국제고속철도망을 구축하여 우리 몸값을 키워놓으면 시간이 갈수록 일본은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어 이 동북아국제고속철도망에 편입되고 싶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때 한일 해저터널 공사에 따른 공사비용 분담이나 운영조건 등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일 해저터널은 우리가 먼저 얘기를 꺼낼 사안이 전혀 아니고 일본이 애가 달아서 우리에게 연결하자고 조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정책결정자들은 국가 운영의 큰 그림 차원에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4) 경제성은 있을 것인가?

 한일 해저터널의 주수입은 한일 고속철도 이용승객과 운송화물(특급화물)로부터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용승객은 대부분 한일간 항공기를 이용하던 승객 중에서 전환되거나 새롭게 파생되는 승객이 될 것이다. 화물도 항공기로 오고가던 화물 중에서 일부가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1차적인 주이용승객은 부산, 울산, 포항 등의 동남권 승객이 될 것이고 철도의 운행시간에 따라서 한국과 일본 전체 승객 중 일부가 전환될 것이다. COVID19와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있었던 2019년을 제외하고 2018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동남권의 한일항공여객수는 연간 약 370만 명이었고 전국의 한일항공여객수는 약 2,150만 명이었다. 화물의 경우에는 동남권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6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 추세로 2018년 기준 3만3758톤이었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2084_73.png
한일간 이용 항공여객(동남권 및 전국) 및 동남권 화물
출처: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연도별 통계

 한일 해저터널에 매우 유리하게 가정해서 전국의 이용객 중 50% 정도가 고속철도로 전환된다고 생각하면 약 1,075만 명이 한일고속철도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속철도에서 연간 1,000만 명 승객이면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언뜻 보면 한일 해저터널은 흑자가 될 것 같이 생각되지만 실은 터널 총건설비용이 212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흑자가 되기는 절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터널 통행료를 높여 받으면 되겠지만 그럴 경우 항공기 대비 고속철도 운임 가격이 비싸지고 고속철도 경쟁력이 없어져서 항공기에서 고속철도로 전환되는 승객 비율이 낮아지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쇄관계(trade off)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호남고속철도 건설비용은 8조 3,529억 원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채널터널(영불 해저터널)의 경우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채널터널은 연간 10% 이상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가정할 때 2052년에 손익분기점이 되는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2008년 이후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건설비 증가로 개통 이후 자본잠식 상태이다. 

5) 부산시에서 가덕도 신공항과 한일 해저터널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모순

특히 부산시의 경우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면서 한일 해저터널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넌센스 중에 넌센스 정책이다. 왜냐하면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일반적으로 항공기와 고속철도는 대부분 경쟁관계이기 때문이다.(서울~대구 사이에 고속철도가 생기면서 서울~대구 항공노선이 없어졌다.) 현재 김해국제공항 이용객의 절반 정도는 한일노선 이용객인데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고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면 항공기 승객을 고속철도가 뺏어가니 가덕도 신공항의 운영적자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2. 한일 해저터널은 누구에게 더 이득이 될 것인가?
 
 큰 두 번째 쟁점은 ‘한일 해저터널이 누구에게 더 이득이 될 것인가?’이다. 도시와 도시 사이에 고속철도가 놓이게 되면 빨대효과를 우려한다. 일반적으로는 작은 도시의 인구나 상권이 큰 도시로 빨려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작은 도시라 할지라도 그 도시만의 특성이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 빨대효과는 걱정할 필요가 줄어든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광객 추세를 보면 심각한 걱정거리가 생긴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2167_41.png
일본의 년도별 외국인 관광객 추이

 일본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동일본대지진이 끝나고 2013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이에 아베정권은 자신감을 갖고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수를 4,000만 명을 넘기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여기에 큰 일조를 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 관광객이다. 특히 도쿄나 오사카뿐만 아니라 온천으로 유명한 부산 바로 남쪽의 큐슈지방에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공항의 한국인 관광객은 무려 1,186% 증가했고, 마찬가지로 키타큐슈공항은 5,662%나 증가했다. 그 외에도 큰 공항에 속하는 간사이공항, 후쿠오카공항, 나리타공항도 296%, 363%, 2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2321_72.png
일본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이

 그 결과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래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2013년까지는 방한 일본인이 269만 명으로 방일 한국인 245만 명보다 많았는데 그 수가 역전되기 시작해서 2018년(한일 무역분쟁으로 인한 일본 불매상품운동 전)에는 방한 일본인이 292만 명인 것에 비해 방일 한국인은 약 754만 명으로 무려 2.6배나 된다. 관광으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어마어마하게 커진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일 해저터널이 완성되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마도 방한 일본인의 숫자보다도 방일 한국인의 숫자가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온천을 좋아하는데 일본의 진짜 온천(일본은 화산과 지진이 많은 대신 자연유황온천이 많은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이 많은 2~3시간 거리의 큐슈에 고속철도를 타고 가서 경험할 수 있다면 아마 부산동남권을 비롯한 우리나라 웬만한 온천지역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한일 해저터널이 누구에게 더 이득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 도시의 경쟁력이라면 아마 우리보다는 일본이 훨씬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겠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2400_03.png

3. 역사적인 굴욕의 현장 한일 해저터널

 한일 해저터널의 히스토리는 완벽하게 우리 민족의 치욕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가? 우리는 서두에서 1938년부터 1941년까지 일제는 조선해협터널이라는 이름으로 1노선은 모지항~후쿠오카~이키섬~쓰시마섬~부산, 2노선은 모지항~후쿠오카~이키섬~거제도~마산(당시 일본의 군항)으로 검토를 한 바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여기서 모지항이 어디인지 아시는가? 모지항은 예전 키타큐슈(北九州)의 주항이고 이 키타큐슈에는 지금 강제징용노동자에 대한 보상 문제로 자산동결이 거론되고 있는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야하타제철소가 있던 곳이다. 일제는 바로 일제의 전쟁무기를 만드는 최대 제철소에서 시작해서 후쿠오카, 카라츠(唐津)를 거쳐 우리 한반도로 침탈을 가속화하기 위해 해저터널 노선을 구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제일 앞 페이지의 사진에 한글로 나고야(名護屋)라는 곳에서 사갱을 뚫고 있는 것을 보셨을 것이다. 이 “나고야”라는 동네가 어떤 동네인지 알고 계시는가? 이 나고야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 전초기지로 삼았던 곳이다. 토요토미는 1591년 8월 일본 각지에서 수군과 육군을 징발하여 이 나고야에 모아 성을 쌓게 했고 여기서 침략훈련을 시켰다. 그 후 이곳을 전초기지로 삼아 1592년 5월(음력 4월) 가장 먼저 침략한 곳이 부산진성이니 다른 지역은 몰라도 부산의 정치인들이 한일 해저터널을 얘기하려면 한 번 더 역사를 생각하고 말함이 바람직하다. 이 성에서 훈련했던 구로다 교코(黒田孝高), 구로다 나가마사(黒田長政),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침략 원흉들이 여기에 모여 조선 침략 훈련을 했던 곳인데 여기서 다시 한일 해저터널을 위한 사갱을 뚫고 있으니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제 다시 400년이 지나고, 80년이 지난 지금 한일 해저터널로 우리나라의 일부 무지한 정치인들이 일본의 대륙으로 향한 꿈에 큰 부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고야성 바로 앞에 있는 가카라시마(加唐島)~이키섬~쓰시마섬을 연결하는 것이 제안되고 있는 한일 해저터널 노선이다.

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82447_53.png
카라츠(唐津) 근처에 있는 名護屋성 당시 지도
(1592년 완성해서 임진왜란이 끝난 1598년 폐성되었다.)

 어떤 이들은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한일 해저터널을 얘기했었지 않느냐고 어깃장을 놓는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이지 한일 해저터널의 ‘한’자도 모르는 무지한 언행이다. 두 대통령께서 한일 해저터널을 어젠다로 삼았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면 고 김대중 대통령의 첫 번째 외교 정책은 일본과의 관계정상화였다. 그는 1998년 10월 일본을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오부치 총리는 식민지 지배로 인한 피해와 고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하며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했고, 김 대통령은 이를 일본 정부와 국민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며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구축 의지를 천명했다. 한편 '햇볕정책'이 도입돼 남북화해를 향한 결정적 전환을 이뤄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만들었다. 이후 김 대통령의 주선으로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일 정상회담과 평양선언 서명이 실현됐다. 김 대통령은 동북아에서 평화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일본이 가장 핵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가장 우선을 두었다. 그리고 일본과의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자고 하는 방향성 속에서 그 방법 중 하나로 한일 해저터널을 언급한 것이다. 즉, 한일 해저터널은 우리 민족이 끝까지 가지고 있다가 훗날 만일 일본이 통일을 방해한다면 일본을 달래기 위한 지렛대로 이용해야 하는 꽃놀이패인 것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다 알다시피 현재의 아베 전총리와 스가 총리의 역사 인식은 과거 선배 정치인들인 무라야먀, 오부치, 고이즈미 수상의 역사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 그들에게 갑자기 한일 해저터널을 갖다 바친다는 것은 역사인식이나 정책적 감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4. 건설운영상의 난제

 한일해저터널은 터널 길이만 209~231km, 그 중 해저구간만 128~145km, 심도는 155~220m의 해저에 터널을 뚫어야 하며 인공섬을 10여개 이상 만들어야 하는 인류역사상 경험한 적이 없는 최대의 난공사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이 구간은 전술한 바와 같이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는 지역이어서 설계상, 건설 기간 중, 또는 완공 후 운영과정에서도 지진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지역이다. 최근 한반도 동남부와 일본 큐슈 지방의 지진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채널터널에서도 화재, 전기사고의 경우에서 보듯 200km 이상의 초장대 터널에서의 안전사고는 치명적인 위험을 촉발할 수 있다. 채널터널도 1996년, 2015년 화재사고로 터널구간 상당부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고 수 시간 또는 수 개월간 운행을 중단한 바 있으며 1996년, 2007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눈, 결빙으로 인한 고장으로 터널 내에서 장시간 정차한 바가 있다. 특히 2009년 12월 폭설로 5대의 Eurostar 열차 승객 2천 명이 16시간 동안 터널에 갇혀 있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는 매우 심각한 사고로 인식 되어 Eurostar 및 터널 운영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의 계기가 된 적도 있다. 물론 건설 운영상의 난제는 고도의 과학기술과 세심함으로 방지할 수는 있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사고가 날 경우에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운영이 될 수 있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다시 한 번 글을 요약해보려 한다. 한일 해저터널은 약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이 될 것인가?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중 국제고속철도를 한 삽도 뜨지 못해 우리 한반도의 고속철도망이 자리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해저터널을 추진하는 것은 병약한 사람에게 너무 센 약을 처방해서 오히려 죽이는 독이 되는 것처럼 시기상조의 정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어차피 한일 해저터널의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으니 먼저 우리 고속철도망을 대륙으로 연결시켜 몸값을 불린 뒤 한일 해저터널을 일본과 협상해도 절대로 늦지 않다. 
둘째, 106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은 차라리 남한 또는 한반도에 고속철도를 건설해서 한반도 교통인프라의 몸값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다.
셋째, 너무 막대한 공사비 212조원과 운영비용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승객이 유치되지 않는 한 한일 해저터널의 경제성은 영원히 플러스가 되기 힘들 것이다.
넷째, 현재와 같은 한일 관광객 역전 상태에서는 빨대효과로 우리나라의 달러가 훨씬 빠른 속도로 일본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도시의 경쟁력을 키워 일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고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한일 해저터널은 우리 민족의 치욕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사업이다. 설령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맺자고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이것저것 고려하며 협상해도 모자랄 판에 현재와 같이 아베, 스가 정권의 역사인식이 퇴보하는 중에 이토록 중대한 정책을 국민적 합의형성과정도 없이 정책 아젠다화 하는 태도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훗날 한일 해저터널의 건설이 시작되어도 이 공사는 인류 최대의 난공사가 될 것이고 운영 시에도 지진 등 자연재해와 안전유지에 늘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어려운 사업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알림: 양기대·진장원 칼럼의 글이나 그림을 무단으로 복제, 사용하는 것을 금하며, 만약 사용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작성 예: (사)유라시아평화철도포럼 양기대·진장원의 철도이야기 2021년 2월 19일 게재, “한일 해저터널 유감(한일 해저터널 약인가? 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