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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진장원의 남북고속철도 이야기 5] 일본의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양기대·진장원의 남북중 국제고속철도 이야기 : 유라시야대륙 각국의 움직임 5 


일본의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베리아횡단철도(TSR)


구소련 시절인 1970년대에서 80년대만 하더라도 일본물류기업들은 매우 활발하게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해서 유럽까지 화물을 보냈지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화물의 도난이 많아지면서 물동량이 격감했다. 2000년대 들어서서 러시아가 다시 정치적 안정을 찾으면서 한동안 일본 기업의 TSR 이용량은 다시 증가했으나 2006년 러시아철도공사가 철도운임을 일방적으로 30%나 인상한 후 다시 일본물류기업의 TSR 이용이 많이 줄었다. 

사실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미명 하에 이미 1930년대부터 한일해저터널을 계획하고 있었을 만큼 철도를 이용한 일본의 대륙진출은 관심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한반도종단철도 연결이 원활하지 않자 홋카이도에서 사할린으로 건너가는 해저터널 구상을 통해 러시아와 일본을 연결시키려는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을 진전시키고 있는 것은 2013년 4월 아베 총리가 러시아를 공식 방문해서 두 정상 간에 체결된 공동성명(53개 항에 이르는 러-일 파트너십 발전에 관한 내용)이다. 이후 러시아와 일본의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홋카이도에서 사할린까지 소야 해저터널로 연결하고 사할린에서 러시아 프리모리예까지는 연륙교로 연결하여 일본 물류를 TSR로 태워 보내자는 논의를 진행 한바 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거대한 투자 금액에 비하여 물류 효율성이 떨어져서 현실성은 거의 없지만 우리에게 큰 도전을 주고 있다.56a6f03258b63bec8f133cefb122be20_1613978993_98.png 

일본 사할린 홋카이도 해저 터널 구상

출처 : 박성준, Eurasia Initiative & Northern Logistics Policy of South Korea, 한국교통대 유라시아물류세미나, 2016. 12. 16, p.24


즉, 북한이든 남한이든 자꾸 한반도종단철도 연결을 지연시키다가 만약 러일 해저터널이라도 뚫리게 되는 날에는 남한은 정말 섬나라처럼 고착화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외교는 최근 몇 년간 아주 활성화되어왔다.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러·일 정상은 네 차례 회담을 가졌다. 2016년 12월 15~16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공식 순방했다. 이 순방에서 총 12건의 정부 및 부처 간 협정서, 68건의 상업협정 등이 체결되었다. 2017년 4월 27~28일에는 또다시 아베 총리가 러시아를 실무 방문하여 2016년 12월의 합의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그 이후로도 2017년 9월 7일에는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했고 2018년 9월에도 참석했다. 2018년 5월 24~26일 동안 아베 총리는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으며, 상뻬쩨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도 참석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5월 26일 모스크바에서 러·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국 정상의 참석 하에 ‘일본에서의 러시아의 해’와 ‘러시아에서의 일본의 해’ 선포식이 진행되었다. 또한 4년 가까이 중단되어온 러·일 간 제1차관급 전략대화가 2016년에 재개된 이래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렇듯 러시아와 일본의 밀월 관계가 지속되는 이면에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을 호응해주기 원하는 러브콜이 담겨있는 것이다. 러시아 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러시아는 원래 북한철도부설을 통해 남한과 일본에 가스를 수출하고 TSR 노선을 활성화시키고 싶었는데 북한의 문이 열릴 듯 열릴 듯 안열리니 일본으로 우회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본 국토교통성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조사하다 우연히 TSR과 관련한 매우 흥미로운 홍보자료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일본 국토교통성이 러시아철도공사와 협력하여 TSR을 이용하여 일본에서 유럽으로 화물을 보낼 기업을 모집하고 실험한다는 광고였다. 광고내용은 이렇게 쓰여 있었다.

 국토교통성에서는 러시아철도공사와 협력하여 해상운송, 항공운송의 뒤를 잇는 제3의 수송수단으로서 시베리아철도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일본에서 유럽까지 보내는 1편성 블록트레인 시범사업을 실시합니다.(2020년 11월 2일 방출 자료)

예정 스케쥴:

11월 5(목)~6일(금) 요코하마항 출항

11月8日(日) :고베항 출항

11月12日(木):도야마신항 출항

11月13日(金)-14日(土):블라디보스토크항 도착

11月18日(水):블록트레인 출발(블라디보스토크역)

12月 상순경:유럽 도착 (연내 수송 완료 예정)


놀라운 일이었다. 그야말로 일본의 미워도 다시 한 번 TSR이었다. 알고 보니 이미 2018년도에 1차 실시, 2019년에 이어 2020년도에는 더욱 규모를 확대하여 실시하고 각 물류회사들로부터 운송과정에서 발생한 좋은 점, 불편한 점 등을 피드백 받고 있었다. 여기에는 의외로 많은 일본 굴지의 물류회사(일본통운, 트랜스콘테이너, FESCO 등)들이 참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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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9일 요코하마항에서 출항 전 기념사진(일본 국토교통성 차관보와 러시아연방 경제발전성 차관, 주일 러시아대사, 러시아통상대표부대표, 러시아철도공사 관계자 등 참석)
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H30年度シベリア鉄道による貨物輸送パイロット事業結果報告, 2019.3, p.3

그 중 한 노선을 소개한다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일본 고베항에서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가는 선박은 남쪽으로 돌아 부산항을 지나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가기 때문에 무려 5일 후에나 도착한다.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화물열차로 환적하고 수속을 밟는데 2일,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모스크바까지 7일, 모스크바역에서 브레스트역을 거쳐 종착역인 폴란드 브제크도르누이역까지 7일이 걸려 총 21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트럭에 의한 배송은 브제크도르누이역 근처에 있는 체코의 라코브니크라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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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항 출발 폴란드 브제크도르누이역 도착 루트
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令和元(2019)年度シベリア鉄道による貨物輸送パイロット事業報告, 2020.3, p.9

그런데 만일 이같은 루트의 일본 화물이 고베항이 아니라 시모노세키항으로 와서 부산항까지 훼리선으로 오고, 그 다음 부산역에서 화물열차에 실어 제진역을 거쳐 북한 동해선을 경유하여 블라디보스토크역까지 갈 수만 있다면 배로 가는 것보다 3, 4일이나 단축될 것이니 많은 일본 물류기업들이 한반도종단철도 경유 TSR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1월 일본 ERINA(환동해경제연구소) 초청으로 심포지움에 갔을 때 그곳에서 만난 일본통운의 물류담당 간부에게 만약 남북한철도가 연결되면 부산항을 거쳐 TSR을 이용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망설임도 없이 시모노세키~부산에는 훼리선이 있으므로 일본 각지의 물류를 트럭으로 시모노세키항에 보내 부산항에서 TSR을 이용할 물동량이 꽤 있을 것이라고 대답해주었다.
본디 교통로라는 것은 선택지가 많을수록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은 러시아 TSR 운영이 안정되자 해운, 항공의 뒤를 잇는 유라시아랜드브릿지(EULB)를 이용한 복합운송방법인 제3의 길을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굳이 한일 해저터널이 없더라도 남북철도만 연결되어 운행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니 한일 해저터널과는 무관한 사업이다.(한일 해저터널의 타당성과 관련된 자세한 얘기는 다음 편에서 다루려고 한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제 우리는 섬나라에서 벗어나서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의 열매를 따먹어야 한다. 남한도, 북한도, 러시아도, 일본도 좋은 이 좋은 남북철도연결사업을 왜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미뤄야 하겠는가? 남한의 당국자도 북한의 당국자도 마음을 열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남북철도를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알림: 양기대·진장원 칼럼의 글이나 그림을 무단으로 복제, 사용하는 것을 금하며, 만약 사용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작성 예: (사)유라시아평화철도포럼 양기대·진장원의 철도이야기 2021년 2월 19일 게재, “일본의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베리아횡단철도(TS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