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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신문] (진장원 교수의 등촌광장)그래도 통일열차는 달려야 한다

(진장원 교수의 등촌광장)그래도 통일열차는 달려야 한다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수    작성 : 2022.06.28 08:52    게시 : 2022.06.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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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끝나면 보복적 소비로 인플레이션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여기에 더해 생각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강도 높은 봉쇄 정책으로 40년 만에 최고치의 인플레이션이 찾아 왔다. 일본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심상치 않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할 때마다 비축통화로 인기가 높았던 일본 엔화가 20년 만에 최저인 1달러당 134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혹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도 일본 중앙은행이 계속 저금리를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초고령화 사회에서 찾는 전문가도 많다. 사실 일본의 경제는 3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구미(歐美)나 일본의 전문가들은 이를 '저출산, 고령화의 재앙'으로 진단하고, "한국도 일본의 닮은꼴로 가고 있다"고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지적해왔다. 우리나라가 이대로 간다면 2030년에는 국내 전체 인구 중 약 28%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되어 생산가능 인구 1.85명이 노약자 한 명을 부양해야 되는 시기가 도래한다. 2040년에는 조금 과장하면 한 명이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 불과 18년 뒤의 일이다. 18년이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18년 뒤인 2040년이 한참 남은 것처럼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일본 와세다대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교수의 말을 빌리면 일본도 고령화의 위험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피부로 와 닿기 전까지는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위험성을 피부로 느꼈을 때는 이미 대책을 세우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구 절벽을 깨기 위한 인구 수혈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자체 출산 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작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저다.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 전인 1991년 70만9000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규모다. 2022년 2월 정부는 15년간 380조 원을 투입하는 4기 인구정책 TF를 가동한다고 했지만 과거를 생각해볼 때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없다. 두 번째는 외부에서 수혈을 받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처럼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여 다민족 국가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전체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비율이 2017년 4.21%에서 2019년 4.87%로 조금씩 증가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 민족의 배타성을 미뤄볼 때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남북통일이 연착륙 할 수만 있다면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인구구조상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남한의 고령화 문제를 20여년 정도 뒤로 연기시킬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짐 로저스씨가 주장한대로 남북통일로 가는 길은 남북한 모두에게 커다란 비즈니스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당장 정치적 통일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대로 우선은 경제적으로 자유롭게 왕래함으로써 통일을 준비하고, 북한의 국민소득이 최소한 남한의 절반 정도에 도달하고 남북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의 간극이 어느 정도 좁혀지면 남북의 합의 하에 정치적인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통일은 인구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미중러일 세계 4대 강국의 틈바귀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민족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이다. 

올해는 6.25 전쟁 발발 72주년이 되는 해이다. 6.25는 그 자체로도 너무 끔찍한 상처였지만 또한 남한 국민에게 북한을 믿을 수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겨놓았다. 지난 72년간 남한은 정전상태의 불안한 평화 위에서 번영을 구가했고 지금은 한반도에서 북핵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남북의 소통이 단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5월 우리 정부가 북한에 코로나19 의료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음에도 북한은 무응답이었고 결국 중국에서 의약품을 실어 온 것으로 보도가 됐다(KBS). 이것이 한반도 분단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금처럼 남과 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다가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북한 지도부가 남한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북한 땅은 중국에 편입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최근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북한에 의료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월 20일 한국갤럽). 우리 국민 대다수는 6.25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여전히 우리 동포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남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은 정직한 마음을 갖고 긴 호흡으로 통일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당면한 인구문제도 해결하고 한반도가 강대국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ETX(남북중 국제고속철도)는 바로 우리 민족의 점진적 통일을 준비하는데 가장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북핵문제와 별개로 통일열차를 운행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저서: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국민북스, 2021)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