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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러·일은 북한철도 탐내는데...우리는 연결 논의도 '눈치'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러·일은 북한철도 탐내는데…우리는 연결 논의도 ‘눈치’

입력
 
수정2021.01.05. 오전 1:23
중앙일보 강갑생 기자

경의선, 110년 전 만주와 이어져 45년 경의선 끊기며 섬나라 신세.
중국.일본 등 북한철도 진출 노려, "대륙철도 연결 연구와 준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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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과 중국 베이징 사이에는 국제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이 열차는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압록강 철교(왼쪽)를 통과해 다닌다. 오른쪽의 다리는 6·25 전쟁 때 끊어졌다. [연합뉴스]
경의선(京義線)은 서울을 출발해 개성·평양을 거쳐 신의주에 이르는 철도로 총연장은 499㎞였다. 경인선(1899년), 경부선(1905년)에 이어 1906년 4월 개통됐다. 세 노선 모두 일본이 건설했다. 이 중 경의선은 다른 두 철도와는 건설 목적부터 달랐다. 러·일 전쟁(1904~1905년)을 위해 급하게 만든 군용철도였다. 군인과 군수 물자를 최대한 빨리 전장으로 대량 수송하는 게 목표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협회 등이 2019년 공동출간한 『신한국철도사』에 따르면 일본군은 러·일 전쟁 초기인 1904년 2월 서울~신의주 간 군용철도 부설을 위한 임시 조직을 설치하고, 경의선 건설에 나섰다. 사정이 급박했던 탓인지 현장답사 등 정밀조사를 생략한 채 5만분의 1짜리 지형도로만 위치를 결정하고 측량을 했다고 한다. 경부선은 일본군과 기술자들이 사냥꾼으로 위장해 몰래 측량을 하는 등 대규모 답사만 다섯 차례나 실시했다.

경의선을 놓는 데 걸린 시간은 733일에 불과했다. 현재는 이보다 짧은 철도를 까는데도 평균 5년을 잡는다. 공사 기간을 단축한 비결은 큰 터널은 파지 않고 우회하고, 교량도 열차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 노동력과 물자에 대한 가혹한 수탈 역시 한몫했다. 일본은 이후 대대적인 경의선 개량공사를 벌였고, 1911년 말에는 압록강철교를 완공해 만주까지 철도로 연결했다. 경의선이 만주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국제철도의 일환이 된 것이다.

철도사 전문가인 배은선 코레일 역장이 쓴 『기차가 온다』를 보면 베를린올림픽(1936년)에서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 옹도 서울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1936년 6월 4일 경성역(현 서울역)을 출발해 신의주를 지나 중국·러시아·폴란드 등을 거쳐 13일 만에 베를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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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이 끊긴 건 1945년 일본의 패망과 함께 소련군이 북한 땅에 진주하면서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나라 신세가 됐다. 대륙으로 연결되는 육로가 막혀버린 탓이다. 그동안 남북 간에 철도를 다시 잇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2000년 남북공동선언으로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이 추진됐고, 2007년 개통식도 치렀다. 당시는 서울,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쳐 유럽까지 여행하는 희망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남북관계 탓에 별 효과는 없었다. 2018년 북한철도 현대화를 위해 우리측 점검단이 북한 지역을 답사하고, 그해 말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리는 등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지만 잠시뿐이었다. 남북 간 대화는 거의 끊어졌고, 국내에선 북한철도를 언급하면 ‘대북 퍼주기’란 비판부터 나온다.

이러는 사이 중국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단둥까지 고속철도를 놓았다. 러시아도 북한 지역인 나진·선봉까지 TSR을 연결했다. 일본이 평양~원산 사이 고속철도 건설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술 더 떠 중국은 이미 북한에 단둥~평양~개성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을 제안했다고 한다. 외국 자본과 기술로 북한철도의 개량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포럼 공동대표인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은 “만일 외국 자본과 기술로 북한철도 현대화가 이뤄진다면 향후 우리가 동아시아국제철도 네트워크를 이용하고자 할 때 우리 시스템이 아닌 외국 시스템에 맞춰야 하는 등 수동적 대응과 협상이 불가피해진다”고 우려한다. 나라별로 전력공급 방식과 신호 등 철도 운영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도 연결에 있어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우리 내부적으로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왜 북한철도, 그리고 대륙철도와 연결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조사와 검증이 태부족이다. 대륙철도를 이용하면 컨테이너를 배로 유럽까지 운송할 때보다 훨씬 저렴하고, 시간도 단축된다는 2000년대 초 주장에서 그다지 진전된 게 없다. 이런 주장은 컨테이너 한 개를 기준으로 보면 맞지만, 최근 컨테이너 2~3만개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까지 등장한 걸 고려하면 상황이 달라졌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제부터라도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유라시아 철도 연결보다는 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내 철도 연결을 통해 실질적인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얻는 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특정 국가의 철도시스템을 이식하기보다는 관련 국가 간 논의를 통해 EU처럼 공통된 철도 표준을 만들어 동아시아 국제철도네트워크 내에서 원활한 통행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 같은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투명한 정보 공개다. 사업 추진 과정과 필요성, 기대 효과 등을 국민에게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퍼주기’ 의구심을 해소하고,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진보나 보수, 정권교체 여부를 떠나 우리가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철도의 길이 보일 것 같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중앙일보)